저는 감히 책으로 인생을 바꿨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책을 좋아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책의 향기가 좋았고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어린 저에게 눈앞에 펼쳐진 교보문고의 풍경은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수많은 지혜와 정보가 가득 담긴 신비롭고 경외로운 공간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께 한번도 무엇을 사달라고 한 적이 없었습니다.
매일 돈이 없다고 한탄하는 아버지 앞에서 어린 저는 눈치가 빨랐습니다.
물건뿐만 아니라 책을 사달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습니다.
간식 살 돈을 아껴 지하철 마그네틱 티켓을 구매하여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었습니다.
광화문 교보문고는 황홀한 공간이었습니다.
뭐든지 헌것만 사용했던 저는 마음껏 새 책을 집어 들고 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몇 년을 그렇게 놀면서 보내다가 제 행동의 변화가 온 사건의 계기가 있었습니다.
우연치 않게 서점에서 최인호 작가님의 상도가 눈에 보였는데
처음으로 책을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때를 생각해보면 왜 그 책이 끌렸는지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책 판매대 앞에서 30분 넘게 발을 동동 구르며 고민하다가
돈이 없으니 '훔쳐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엄청난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그 수많은 사람들과 카메라가 보이는 곳에서 어떻게 훔쳐야 했을까요?
제가 생각한 방법은 고등학생 수능 기출문제집과 같은 긴 서적을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5권인 상도와 관련없는 책을 함께 긴 책으로 감싸 화장실로 갔고 화장실에서 책가방에 상도만 넣고
나머지는 그대로 제자리에 두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참 웃기게도 그 당시에는 이 방법이 통했습니다.
처음으로 '성공한 행동'에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습니다.
집에 책 다섯권을 책장에 두고 저는 서점에 있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책을 한권 읽다가 아이러니하게도 '더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저도 모르게 서점에 갔을 때 책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찼습니다.
마음에 양심의 가책이 느껴져서 비싼 책보다는 양피지 같이 저렴한 종이로 만들어진
얇은 두께의 과학 실험 책부터 가져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느순간 책들을 집에 모으면서 책을 '읽는' 것보다 '수집'하는 것에 더 기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집이 서점같이 되어가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하죠.
3~4번째 방문 때 작전이 끝나고 화장실에 나오는 순간 어떤 사람이 저의 어깨를 두드렸습니다.
"꼬맹아 너 이리와봐"
저는 순간적으로 들켰구나 하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분은 저를 직원 사무실로 데려와서 가방을 꺼내 보라고 했습니다.
가방에는 제가 훔치려고 넣은 책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순간 가슴속에 죄책감이 크게 들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너 이렇게 훔친 거 부모님, 학교에 다 알릴거고 처벌받을거야.
그리고 집에 방문해서 훔친거 다 회수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
제가 했던 행동에 대한 처벌의 결과가 충격적이어서 감당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아 난 왜 그랬을까? 소문나면 앞으로 학교 생활은 어쩌지? 나 범죄자 되면 학교 다닐 수 있을까? 계속 마음에 걸렸는데 난 왜 계속했을까? 안 걸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걸까?
수만 가지 생각을 하며 저 스스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범죄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직원분이 그런데 잠시 저를 한동안 보더니
"대신 전에 훔친 거 스스로 가져오면 모른척 해줄테니 집 주소랑 전화번호 적고 내일까지 가져와라"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그때 일요일이라 다음주에 모두 가져오겠다고 말하고 사무실 밖을 나왔습니다.
직원 사무실 밖을 나와 지하철을 타면서 정말 인생에서 해보지 못할 다양한 생각을 해봤던 거 같습니다.
그냥 책을 보았던 것이 좋았던 내 모습이 수집과 탐욕으로 바뀌고 잘못된 행동을 저지른 것에 대한
뉘우침과 후회감이 몰려왔습니다.
한주 내내 잠을 못 자고 쇼핑백과 가방에 훔친 책을 담아 다음 주 주말에 그 직원분에게 갔습니다.
그분의 얼굴도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저는 그분이 저에게 한 한마디 밖에 기억에 나지 않습니다.
"옆에다 두고 가고 다음부터 훔치지 마라"
그리고 그냥 돌려보내 주었습니다.
저는 세상에서 처음으로 제 잘못에 대한 아무 이유 없는 관용과 용서를 받은 날이었습니다.
나중에 그것이 '책을 훔쳐가도 도둑 취급해 망신 주지 말라'는
교보문고 창업주 신용호 회장님의 경영 방침이었다는 것을 알고
참 많이 울었던 거 같습니다.
그냥 저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성인이 되고 나서 돈을 벌기 시작한 이후 저는 돈이 되면 책을 사서 읽었습니다.
더 이상 보지 않는 책은 모두 나눔을 했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 저는 당시 훔친 책값의 수백 배를 도서 구입에 써오며 마음의 짐을 덜고 있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책이란 '수집'보다 '읽음'과 '배움'이란 관점으로 보며 살아왔습니다.
제가 받았던 그 한 번의 관용이 제 인생을 뒤바꿨습니다.
어린 시절의 부채감으로 책을 더 사랑하게 되었고, 내가 얻은 지식을 인생에 활용하게 되었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살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내면적으로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이 되었습니다.
평생 고통받았던 마음의 열등감과 불안의 씨앗이 사라졌습니다.
외면적으로 깊은 연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원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경제적 자유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평생 앓던 질병을 고쳤습니다.
이게 모두 책 때문이라고 하면 혹시 믿으시려나요?
저는 인생이 방향이 99% 뒤바뀐 것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이 사이트는 누군가가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혹은 우연히 스쳐 지나가며
제가 읽는 책의 작은 메시지 몇 개가 삶을 바꾸는 데 도움 될 수 있을까 해서 개설하였습니다.
불명확한 삶으로 방황하고 있을때
작은 한 줄 하나로 해답을 얻고 가셨으면 합니다.
-책의 비밀-
p.s. 그 이후 전국 교보문고 화장실 앞에 센서 문이 설치 되었습니다. 아마 저 때문에 생긴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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