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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한순간을 살아도 자기 무늬로 살아라

by 책의비밀 2022. 1. 12.

 

이 책은 1934년생인 이어령 씨를 김지수 씨가 인터뷰하면서 서로 대화를 오가는 것을 정리한 책입니다. 인생의 마지막에 다다른 그가 생각한 여러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고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감정과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한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어령 씨의 불타 버린 잿빛과 같이 간접적인 외로움이 느껴졌습니다. 책에는 강렬하고 좋은 메시지가 있었지만 그의 인터뷰 곳곳에는 무언가 미련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책의 후반부에 적혀 있지만 그는 딸을 잃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그의 딸 이민아씨를 검색해 보았고 그녀의 생전 인터뷰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께 사랑 받지 못한 외로움, 아버지와 똑같은 자신의 모습, 사랑을 갈구하기 위해 결혼, 이혼을 한 이야기 . 아마 누구보다도 관심과 존경을 받았을 지라도 자신의 핏줄과 가까운 사람으로부터의 아쉬움이 잿빛처럼 흩날리는 느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책 내용 중에는 그가 한 말이 있습니다. “나는 곧 죽을 거라네. 그것도 오래 지나지 않아. 그러니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쏟아놓을 참이야. 하지만 내 말은 듣는 귀가 필요하네.” 그는 80대고 환자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마지막 수업’이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삶의 지혜가 남겨진 여러 주제에 대하여 그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중 몇 가지를 주제에 대하여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유언이라는 거짓말

 

사람들이 죽을 때는 진실을 이야기 할 거 같지만 실제로 유언은 다 거짓말이라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자식이 맨날 반대로 하니 죽기 전에 냇가에 묻어달라고 거꾸로 유언했다는 청개구리 이야기. 삼형제 과수원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합니다. 아버지가 죽기 전에 과수원 밑에 금은보화를 묻어뒀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진짜 전하고 싶은 유언은 듣는 사람을 위해서, 듣는 사람을 믿지 않기 때문에 거짓말로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신의 유언을 들을 때는 있는 그대로의 정직성을 기대하지 말라고 합니다. 듣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얘기를 하는 것이고 유언도 그런 거짓을 가정하고 듣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배신할 것을 전제로 진실을 이야기하라고 합니다.

 

 

 

죽음이란 주머니 속에서 달그락 거리는 유리 그릇

 

과거에는 부고가 우편 전보로 날아왔다고 합니다. 5일 동안일동안 장례를 치렀다고 합니다. 길거리에서 거적에 덮인 시체를 보고, 방에서 할아버지가 죽고 장례 치르는 것을 어린 손자가 보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죽은 자들을 깨끗하게 얼굴 씻기고, 살아있는 사람처럼 화장시키고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진짜 살고자 한다면 죽음을 다시 우리 곁으로 불러와야 한다고 합니다. 눈동자의 빛이 꺼지고 입이 벌어지고, 썩고, 시체 냄새가 나고. 그게 죽음이라고 합니다. 옛날에는 묘지도 집 가까이 있었다고 합니다. 귀신이 어슬렁 거리고, 역설적으로 죽음이 우리 일상 속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 있었다고 합니다. 죽음의 흔적을 없애버리면 생명의 감각도 희미해져 간다고 합니다.

 

현대는 죽음이 죽어버린 시대라고 합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합니다. 팬데믹 앞에서 죽음이 코앞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인간들이 생명이 뭐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 있던 사람이 내일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마스크 한 장. 그것이 생명이었다고 합니다. 전 인류가 죽음을 잊고 돈놀이,관능적인 감각에만 빠져 있다가 퍼뜩 정신이 든 것이라고 합니다. 자기 호주머니 속에 덮여 있던 유리그릇 같던 죽음을 발견한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잊고 있던 것 속에 진실이 있다고 합니다.경계할 것은 거짓이 아니라 망각이라고 합니다. 그는 요즘 스마트폰에서 혼밥 하는 장면보다 스마트폰이 양복 주머니에서 툭 불거져 나온 모습에서 직장인들의 고독 덩어리를 본다고 합니다. 남자들 호주머니를 보면 스마트폰을 넣어서 축 처져 있다고 합니다. 울퉁불퉁한 고독, 숨겨도 숨길 수 없는 고독이 보인다고 합니다.

 

 

운 나쁜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해

 

그는 자신의 인생을 운이 좋다 나쁘다, 그런 평가를 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사실 태어난 것 자체가 엄청난 운을 타고난 것이라고 합니다. 운 나쁜 사람은 태어나지 못한다고 합니다. 세상에 나온 후에는 각자 운명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합니다. 다른 소설, 다른 시, 다른 드라마를 사는 것이라고 합니다. 인생극장이라고 합니다.

 

그는 80평생 살면서 뽑아서 하는 일은 한 번도 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여럿 중에서 무작위로 뽑는 것에 징크스가 있었다고 합니다. 딱 한번 제비뽑기로 된 것이 전화였다고 합니다. 경기고 교사를 하던 시절인데 삼각지에 집을 샀다고 합니다. 전화가 귀하니까 정부에서 일반 전화를 뽑기를 해서 줬다고 합니다. 그 당시에는 중산층이고 하류층이고 할 거 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목표가 전화를 놓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은수저, 금수저로 서로를 가르지만 6.25 직후는 다 피난민이었고 평등하게 가난했던 시절이었다고 합니다. 집 가진 사람도 폭격 맞아 하루아침에 거리에 나앉았고, 고아들이 지천이었다고 합니다. 다 불행했고 다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왔다고 합니다.

 

뽑기로 정하면 공평한 것 같아도 재수 없는 사람은 항상 소외된다고 합니다. 가위바위보를 해도 밤낮 지는 사람이 있고, 주사위를 굴려도 매번 재수 없이 건너뛰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카지노에서도 속임수가 없더라도 따는 사람이 있고 잃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지능과 덕으로 최선을 다해도 우리가 다가올 운명은 바꿀 수 없다고 합니다. 데카르트처럼 모든 것을 회의하면서 끝까지 가도, 이성과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과 만나게 된다고 합니다. 빅데이터가 모든 걸 설명해 주지 못한다고 합니다. 합리주의 끝에는 비합리주의가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타고난 팔자에 인생을 맡기고 자기 삶의 운전대를 놓으라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운명이란 힘껏 노력하고 지혜를 끌어 모아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것을 ‘받아 들이’라는 것이라고 합니다.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해도 어찌할 수 없는 저편의 세계 ‘something great’가 저편에 있다고 합니다. 그것을 인정하고 겸허해지는 것은 머나먼 수련의 길이라고 합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남들과 다른 점은 한번 문제를 붙들면 풀릴 때까지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는 내내 불편했다고 합니다. 아이 때도 어른이 되고 나서도 이상한 사람이다, 말꼬리 잡는다, 얄밉다라는 소리만 들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좋다고 하지만 나 좋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합니다. 이화여대 강의실에서 강의하면 5~6백명이 좌석이 가득 차도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은 다른 교수에게 주었다고 합니다.

 

그의 강의실 인기는 대단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강의에 영감을 받고 내 글을 사랑해줬지만, 스승의 날 나에게 꽃을 들고 찾아오고 싶다는 친밀감은 주지 못했던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외로웠다고 합니다. 외로움 속에서 수십 년씩 변함없이 관계를 맺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들도 자신처럼 외로운 사람들일 것이라고 합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에 진실이 있다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뉴스 화면은 유럽과 미국 곳곳에 늘어선 시신 트럭과 시체 안치소, 널브러진 관을 보여 줬다고 합니다. 장의사들은 비명을 질렀고 장례 절차조차 사치였다고 합니다. 코로나는 이미 병이 된 것이라고 합니다. 때 되면 앓는 인플루엔자처럼 그냥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인류는 세계 대전, 페스트, 에이즈, 사스 등등 끊임없는 재앙 속에서 진화해왔다고 합니다. 여기서 놀라운 신비가 있다고 합니다. 이런 재앙이 끝나고 나면 인구가 확 올라간다고 합니다. 전쟁, 역병 이후에는 생명의 꽃이 핀다고 합니다. 지구의 역사, 우주의 역사의 큰 드라마가 우연은 아니라고 합니다.

 

큰 이야기들은 다 똑같다고 합니다. 큰 이야기 중 하나는 ‘사람이 태어나서 죽었다’가 전부라고 합니다. 그 말은 틀린 말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루하다고 합니다. 차이는 작은 이야기에서 생긴다고 합니다. 디테일 속에 진실이 있다고 합니다. 한국 유학생들이 가서 지적받는 것 중 하나가 문제를 구체화하지 않고 일반화를 한다고 합니다. 공통적으로 거대담론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말이 허투루 생긴 말은 아닌 것입니다. 인간은 모두가 개별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했습니다. 고장이 난 전차가 오고 있다 선로가 갈라져 있다. 나는 스위치를 바꿔주는 사람이다. 그냥 두면 트레일러가 열 사람의 인부를 깔아 죽이고, 선로를 바꾸면 한 사람이 죽는다 어떻게 할래? 학생들은 당연히 열 명을 살리기 위해 1명을 희생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 질문이 있다고 합니다. 그 한 사람이 네 친구고 다른 쪽의 열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다 어떻게 할래?

 

가혹해도 계속 케이스를 파고들 수 있다고 합니다. 그 목적은 결국 처음에 쉽게 결정했던 일반론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걸 깨닫기 위해 케이스 공부를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바보로 살아라, 신념을 가진 사람을 경계하라

 

그는 오늘도 내일도 절대로 변하지 않는 신념을 가진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신념 가진 사람을 주의하라고 합니다. 육탄 테러하는 사람들은 다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나치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8백만 유대인을 죽였다고 합니다. 관점에 따라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이 인간사인데 예스와 노우 만으로 세상을 판단한다고 합니다. 포크너가 maybe때문에 우리는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진리를 다 깨우치고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서울 오는 것이 목표인 사람은 서울 오면 끝이라고 합니다. 인생을 나그네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경유지, 반환지가 있을지언정 목표는 없다고 합니다. 평생을 모험하고 방황한다고 합니다. 원래 길의 본질이 그렇다고 합니다. 이어지고 펼쳐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성실한 노예의 딜레마

 

월급 더 많이 받고, 자식이 좋은 학교 가고 이것이 목적이 되면 그것은 리빙이라고 합니다. 진선미에서 오는 기쁨이 없다고 합니다. 돈은 더 벌지 몰라도 인생이 내내 고되다고 합니다. 진선미를 아는 사람은 밥을 굶어도 웃는다고 합니다. 공자는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에는 식사를 잊어버린다고 합니다. 자는 걸 잊고 먹는 걸 잊는다고 합니다. 의식주를 잊어버리는 것이 진선미의 세계고 인간이 추구하는 ‘자기다움’의 세계라고 합니다.

 

자기 무늬의 교본은 자기 머리에 있다고 합니다. 그걸 모르고 일평생 남이 시키는 일만 하다가 처자식 먹여 살리고, 죽을 때가 되면 응급실에서 유언 한마디 못하고 사는 삶. 그것이 인생이라면 너무 서글프지 않냐고 합니다. 한 순간을 살아도 자기 무늬를 살라고 합니다.

 

그는 착실한 노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한 노예가 있었다고 합니다. 시키는 대로 해도 되니 이 노예는 행복했다고 합니다. 하루 지나면 해 뜨고 밥 먹고 열심히 일하고.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 ‘세상이 이렇게 편한 삶이 다 있나’ 좋아했다고 합니다. 주인의 명령에 따라 감자 씨를 뿌리고 거두고 쌓았다고 합니다. 어느 날 주인이 말했다고 합니다. ‘큰 감자는 오른쪽 구덩이에 넣고 작은 감자는 왼쪽 구덩이에 넣어라’. 그 노예는 해가 떨어지도록 돌아오지 못하고 엉엉 울고 있었다고 합니다. 주인이 물었다고 합니다.

 

‘성실한 네가 왜 이런 쉬운 일을 못하고 있느냐?

‘주인님 감자를 잡을 때마다 이걸 큰 감자로 넣을지 작은 감자로 넣을지, 도무지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힘이 너무 들어요, 앞으로 저에게 이런 일은 시키지 마세요’

 

정해진 대로 사는 것은 가짜 행복이라고 합니다. 길 잃은 양이된다는 것은 큰 감자와 작은 감자의 기준을 만드는 일이라고 합니다. 돈을 받는 노동이라도 자기 생각이 들어가 있고 자기만의 성취의 기준이 있다고 합니다. 그때 비로소 그림자 노동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책의비밀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리뷰/서평/감상/요약으로 소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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